출간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미스터리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독자들은 왜 그의 작품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 이은 걸작, 《수상한 사람들》을 읽고 나면 그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초기 명작 단편집이 현대적 감각의 표지로 새롭게 돌아왔다.
우연한 계기로 직장 동료들에게 하룻밤씩 아파트를 빌려주게 된 나는 여느 때처럼 아침에 집에 들어간다. 그러자 그곳엔 낯선 여성이 취한 채 침대에서 자고 있다. 출근은 해야 하는데 그 여성은 자신과 밤을 보낸 상대를 함께 찾아줘야 순순히 집에 돌아가겠다고 한다. 어딘가 수상한 그녀를 믿을 수 있을까? 읽을수록 미궁에 빠지게 되는 〈자고 있던 여자〉를 시작으로 과거 잘못 내린 결정으로 인해 시작된 절도 모의를 그린 〈판정콜을 다시 한번!〉, 죽은 자식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가해자와 결혼을 감행하는 사연을 풀어낸 〈달콤해야 하는데〉 등 어느 날 사건에 휘말린 보통 사람들의 각양각색 에피소드가 미스터리 제왕의 펜 끝에서 색다른 복수극으로 탈바꿈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출간 당시 시대상과 통념을 작품에 녹여 내는 데 능수능란하다. 또한 독자들을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게끔 정신없이 서사를 좇게 한 뒤 결국 반전의 덫에 걸리게끔 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마침내 결말에 다다르면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흔드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다수가 공감하고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그의 진가는 더욱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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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은 금물”
평범한 사람들의 섬뜩한 속내
이번 단편집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우리가 마주칠 법한, 스스로 상황을 바꿀 가능성을 의심하고 부정하면서도 한편에는 도약하고 싶어 하고 반전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다.
〈자고 있던 여자〉와 〈죽으면 일도 못 해〉에는 전기 회사에 다녔던 저자의 경험이 한껏 녹아있다. 1980, 90년대 세계 기술 혁신을 선도했던 그 시절 일본의 공장 풍경이라든지, 낮과 밤을 바꾸어 가며 근무하던 야근 일색의 풍경이 그렇다. 그는 이런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한층 큰 재미를 선사한다. 〈등대에서〉는 무시를 일삼은 친구에게 통쾌한 일격을 날리는 이야기다. 이 짧은 이야기만으로도 열등감이 부른 악의가 어떤 참극을 낳는지,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딸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죽이려 하는 ‘나’, 하지만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되는 〈달콤해야 하는데〉 역시 작가 특유의 반전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보내온 한 통의 편지는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까. 게다가 편지에 동봉된 사진 속 그녀는 내 친구가 아니라면? 〈결혼 보고〉는 편지 한 통으로 친구의 행방을 알아내려다가 야릇한 진실과 맞닥뜨리는 주인공의 여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는 캐나다에 살던 주재원이 휴가지에서 겪는 촌극의 전말을 다룬다.
“나의 목표는 오직 작품을 통해 독자를 놀라게 하는 것”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한계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 세계 출판계에서 이례적인 작가다. 신작을 발표하는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리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도 그의 구간이 새로이 출간되면 곧바로 다시 읽기 열풍을 불러일으켜 재조명을 받는다. 이처럼 데뷔 후 35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재미를 보증하면서도 당면한 사회적 문제와 현상을 소설에 녹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사회적·정치적·윤리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주제마저도 그의 작품에서는 독자가 머리를 식힐 용도로 등장한다. 어떠한 주제와 장르를 선보이든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하는 작가의 신조에 부합하는 것이다. 작품마다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면서도 미스터리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이번 단편집 역시 작가 특유의 세상을 향한 따뜻함까지 아우르고 있다. 실로 완벽한 얼개의 변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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